에이블 캔버스
캔비 월드

솔리의 첫 번째 관람객

환영은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일이 아니라, 편안하게 들어올 자리를 남겨주는 일이었어요.

1화

아직 오지 않은 관람객

아직 오지 않은 관람객

작은 전시장이 문을 여는 날이었어요. 솔리는 해가 뜨기도 전에 전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의 화분을 오른쪽으로 조금 옮기고, 작은 안내 카드를 반듯하게 세우고, 문 앞의 코랄 리본도 예쁘게 펼쳐놓았어요.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 관람객을 멋지게 맞이하는 일이었지요. 솔리는 문 앞에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무도 없었습니다. 솔리는 조금 더 밝은 목소리로 다시 인사했어요. “어서 오세요!” 그때 바람이 불어 화분의 잎사귀 하나가 살랑살랑 흔들렸습니다. 솔리는 얼른 잎사귀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네, 어서 오세요!” 잠시 뒤에는 작은 종이 조각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왔어요. “종이 조각 관람객님도 어서 오세요!” 이번에는 문 위에 매달린 리본이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솔리는 리본에게도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리본 관람객님은 이미 안에 계셨군요.” 하지만 진짜 관람객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어요. 솔리는 한 팔을 높이 들고 기다렸습니다. 너무 오래 들고 있었더니 팔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왔어요. 솔리는 다른 팔로 그 팔을 슬쩍 다시 올려놓았습니다. “첫인사는 아주 중요하니까.” 시간이 조금 더 흘렀습니다. 이제 솔리는 화분 잎이 흔들릴 때마다 인사했고, 종이 조각이 굴러갈 때마다 고개를 숙였고, 자기 그림자가 움직여도 반갑게 손을 흔들었어요. 그때였습니다. 전시장 문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토독. 솔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을 바라보았어요. 문 아래로 조그마한 파란 발끝 두 개가 보였습니다. 누군가 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솔리는 다시 두 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인사를 할 순간이었습니다.

2화

문 앞의 파란 발끝

문 앞의 파란 발끝

솔리는 닫힌 문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문 아래에는 여전히 작은 파란 발끝 두 개가 보였어요. “드디어 첫 번째 관람객이야!” 솔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문밖에는 루미가 서 있었습니다. 루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솔리를 올려다보았어요. 솔리는 아침부터 연습한 대로 두 팔을 아주 크게 벌렸습니다. 그런데 솔리의 환영 인사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한쪽 팔은 문 왼편을 가득 채웠고, 다른 팔은 문 오른편까지 길게 뻗었어요. 루미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솔리의 두 팔 사이, 아주 조그만 틈뿐이었습니다. 루미는 그 틈에 파란 발끝 하나를 조심스럽게 넣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몸은 들어가지 않았어요. 루미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 여기가 입구인가요?” “물론이에요!” 솔리는 더 멋진 환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입구의 코랄 리본을 길게 펼치고, 화분을 문 양쪽에 하나씩 옮겨놓고, 푹신한 방석도 세 개나 가져왔어요. “이제 훨씬 환영하는 것 같지요?” 루미는 다시 들어가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본이 발목 앞을 가로막았고, 화분 사이의 길은 루미의 몸보다 좁았으며, 방석 하나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틈에 끼어 있었습니다. 루미는 방석 위에 살짝 올라섰습니다. 그러자 문이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끼이익— 솔리는 얼른 문을 붙잡았습니다.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문이 먼저 인사하네요!” 루미가 작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밖에 서 있었어요. 솔리는 그제야 입구를 바라보았습니다. 커다란 두 팔, 길게 늘어진 리본, 양쪽의 화분과 겹겹이 놓인 방석들. 환영하는 마음을 하나씩 더할 때마다 루미가 들어올 자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솔리는 천천히 한쪽 팔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문 앞에 아주 작은 공간이 생겼어요. 루미의 파란 발끝이 그 공간을 향해 살짝 움직였습니다. 솔리는 처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작은 발끝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3화

가장 조용한 인사

가장 조용한 인사

솔리는 좁아진 입구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루미가 들어오려면 화분도 지나야 하고, 리본도 넘어야 하고, 방석 사이로 몸을 돌려야 했어요. 무엇보다 솔리의 커다란 두 팔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환영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솔리는 먼저 방석을 치우기로 했어요. 방석 하나를 들어 벽 쪽에 놓았습니다. 그런데 방석은 데굴데굴 굴러 다시 문 앞으로 돌아왔어요. 솔리는 방석을 두 개나 더 올려 눌러놓았습니다. 방석 세 개가 포개지자 작은 탑이 되었습니다. 맨 위의 방석이 천천히 기울었습니다. 솔리는 얼른 붙잡았어요. “방석 관람객님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모양이네요.” 문밖의 루미가 작게 웃었습니다. 이번에는 화분을 옮겼습니다. 솔리가 화분을 벽 쪽으로 밀자 잎사귀가 살랑살랑 흔들렸어요. 솔리는 습관처럼 손을 들려다가 멈췄습니다. “잎사귀에는 조금 있다가 인사할게요.” 마지막으로 길게 늘어진 코랄 리본을 걷었습니다. 솔리는 리본을 돌돌 말아보았지만, 한쪽을 감으면 다른 쪽이 풀리고 다른 쪽을 잡으면 처음 감은 쪽이 다시 달아났습니다. 한참 뒤, 코랄 리본은 동그란 실패처럼 솔리의 발밑에 얌전히 놓였습니다. 입구가 훨씬 넓어졌어요. 하지만 루미는 아직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솔리는 다시 두 팔을 벌리려 했습니다. 그러다 루미의 두 손이 가슴 앞에 꼭 모여 있는 것을 보았어요. 루미는 들어오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천천히 들어오고 싶은 것이었어요. 솔리는 두 팔을 몸 옆으로 조용히 내렸습니다. 그리고 문 가운데를 비워두고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어요. 이번에는 큰 목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발밑에 놓인 코랄 리본의 끝을 살짝 풀었습니다. 리본은 바닥을 따라 천천히 굴러갔어요. 전시장 안의 첫 번째 작품에서 시작한 코랄 선은 문턱을 지나 루미의 파란 발끝 앞에 멈추었습니다. 솔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천천히 와도 괜찮아요.” 루미는 코랄 선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선은 루미를 잡아당기지 않았어요. 서두르라고 재촉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전시장 안으로 이어져 있을 뿐이었어요. 루미는 모았던 두 손을 천천히 풀었습니다. 그리고 파란 발 하나를 살짝 들어 올렸습니다. 솔리는 이번에는 손을 흔들지 않았어요. 루미가 들어올 자리를 남겨둔 채 그저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4화

첫 번째 발자국

첫 번째 발자국

루미의 파란 발이 문턱 위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솔리는 두 팔을 몸 옆에 가지런히 내리고 기다렸어요. 큰 소리로 응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들어와요!”라고 외치면 루미의 발이 다시 문밖으로 돌아갈 것 같았거든요. 솔리는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소가 옆으로 조금 길어졌어요. 루미가 천천히 발을 내디뎠습니다. 톡. 작은 파란 발 하나가 전시장 안의 크림색 매트 위에 내려앉았어요. 그 순간 매트 위에 조그마한 파란 발자국이 생겼습니다. 루미가 놀라 발을 들어보았습니다. 발바닥에는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았어요. 다시 발을 내려놓았습니다. 톡. 이번에는 파란 발자국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솔리도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매트가 먼저 인사했네요.” 루미가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이제 두 발 모두 전시장 안에 들어와 있었어요. 바닥의 코랄 선은 루미 앞에서 천천히 이어졌습니다. 루미는 선을 따라 한 걸음씩 걸었어요. 코랄 선은 화분 옆을 지나고, 방석 탑을 빙 돌아 첫 번째 작품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그곳에는 포미와 루미가 함께 포장했던 작품이 놓여 있었어요. 작품을 감싼 종이에는 작은 네모난 창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루미는 창문 앞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창문 안으로 더스티 블루와 코랄색, 세이지색 모양들이 살짝 보였어요. “잘 도착했구나.” 루미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작품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창문 안의 색들이 아침 햇빛을 받아 살짝 빛났습니다. 솔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어요. 작품을 보는 동안에는 인사보다 조용히 기다리는 편이 더 좋다는 것을 이제 알고 있었거든요. 한참 뒤, 루미가 솔리를 돌아보았습니다. “솔리.” “네?” “저, 잘 들어온 것 같아요.” 솔리의 두 팔이 기쁜 마음에 저절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솔리는 얼른 한쪽 팔만 아주 조금 들었어요. 그리고 손끝으로 작게 인사했습니다. “어서 와요, 루미.” 루미도 작은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때 전시장 입구의 화분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였어요. 솔리는 잎사귀를 바라보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외쳤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만 살짝 숙였습니다. “잎사귀 관람객님도 천천히 오세요.” 크림색 매트 위에는 루미가 남긴 작은 파란 발자국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시장이 맞이한 첫 번째 관람객의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이 세계의 이야기는, 실제 작가들의 작품에서 자라납니다.

진짜 작가 작품 보러가기